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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소설가가 되자 사이트, 한국에선 문피아, 조아라 같은 곳에서 연재되는 소설들이 출판되면서 코미컬라이즈도 되는데, 그렇게 만화로 알게 된 작품 중 몇 가지에 대해 써봅니다.




1. 고블린 슬레이어

코믹스 1화부터 보게 된다면 그 분위기에 몰입해서 쭉 보게 되는 판타지입니다. rpg 특유의 전사-사제-궁수-술사-몽크 조합의 파티가 나옵니다.

입(mouth)-rpg 를 펼치면서 기술명 나열하곤 필살기 쓰고 적을 쓰러뜨린 후 필살기에 억지 합리성을 부여하는 먼치킨 육성물이 아니라, 그보다는 중세 용병의 모습을 흥미롭게 판타지 요소를 섞어서 보여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일본 소설 특유의 자칫 따분할 수도 있는 사소한 인간 관계 중심 서술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주인공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기에 소설 전개에 잘 녹아들고 있습니다.

슬라임 같은 비 인간형 몬스터가 없는 설정이라서 최약체는 고블린입니다. 그 고블린을 최강의 전사가 진지하게 극화체로 사냥하면 어떤 스토리가 나올 것인가 하는 내용입니다. 일본의 정서를 고려해서 해석하자면, 고블린은 일본 전국 시대의 잡병, 오합지졸 같은 걸로 보시면 됩니다. 무찌르기도 쉽지만 자칫 숫자에 밀리고 비열한 수법에 밀려 역으로 당하기도 하지요.

추천작입니다. 소설  정발은 4권까지 나와 있습니다.


2. 전국 코마치 고생담

여고깽. 여고생이 전국시대로 가서 깽판 놓는 스토리입니다.

농업 발전을 기반으로 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는 점 때문에 특이한 맛에 볼만 합니다. 현대 수준의 먹거리와 편의 시설을 갖추기 위한 집념과 피눈물 나는 노력이 메인 테마라서 신선하죠.

근데 농업 먼치킨을 이룩하고 나니까 전쟁에도 참여하기 시작해서 역사 바꾸기에 관여하는 내용이 됐습니다. 계속 간다면 일본 통일 - 호주 점령 - 명 토벌 및 서양 세력 격파 - 세계 문화의 중심지 테크를 탈 것으로 보입니다. 뭐, 그러려니 합니다. 중2병은 평생을 가죠.

분량이 꽤 되기 때문에 오다 노부나가에 의한 전국 통일 과정에 대한 서술을 보는 것과 더불어 시간 때우기로는 볼만한 소설입니다.

만화로는 상당 부분 압축해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도 적게 들고 자잘한 개그 요소도 있어서 보기 편하지만, 아직 연재 화수가 적습니다.


3. 전생해서 시골에서 슬로우 라이프를 보내고 싶다

판타지 세계로 전생 후 아주 무난하게 현대적인 편의 생활을 갖추게끔 발전시켜 나간다는 취지의 소설입니다. 극적인 요소가 전혀 없고 주로 일본에서 먹는 음식을 재현하는 이야기가 메인입니다. 일상 코미디를 섞어서 지루하지 않은 전개를 꾀합니다.

작가의 일본 부심이 대단해서, 일본 음식이나 게임 같은 걸 재현하면 원더풀 한 반응을 이끌어 냅니다.

최근에는 판타지 세계의 일본 역할인 섬에 가서 회와 온천을 즐기는 얘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일본인의 평범한 온천 기행문을 내가 뭣 하러 보고 있지 싶어서 접었습니다. 어떻게 봐도 이제 더는 판타지가 아니더군요. 외국인이 일본 문화에 접하고 찬탄하는 내용 일색이라 질렸습니다.


4. 유녀전기

애니까지 나왔습니다. 아아, 밀덕입니다. 밀덕 작품이 나와 봐야 아는 사람만 아는 소수의 문화이기에 애니까지 된 건 보기 드문 성공 사례입니다.

만화로 옮긴 건 그림체가 좋은 편이 아닙니다. 약간 순정풍 느낌이 나는 아마추어 수준의 그림체라서 독자를 모으는 데 큰 플러스 요소는 되지 못 합니다. 그러나 만화 작가 나름의 연구와 해석을 하면서 노력한 흔적은 볼 수 있기에 볼만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이세계로 간 엘리트 직장인이  여자애가  돼서  2차 대전 독일군 공군 장교로 나오는 얘기입니다. 너무 오타쿠의 입맛에 맞춘 설정이라서 어느 정도 사정을 아는 일반인에겐 거부감이 드는 설정입니다. 그러나 연애 요소를 철저히 배제하고 밀덕 온리 노선만 추구한 결과, 우려했던 짜증나고 역겨운 전개 없이, 단순히 좀 특이한 설정의 2차 대전 if 물이 됐습니다. 여자애가 엘리트 장교라는 설정이 일반적인 군 장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의 얘깃거리가 소설의 반은 차지하고 재미를 불러 일으키는 요소입니다.

원래 밀덕 소설은 군사 작전의 전개 및 설정 디테일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은데, 이 작품은 설정을 시작부터 10살 짜리 여자애 엘리트 장교라는, 아예 있을 수 없는 판타지로 만들어 놨으니 밀덕보다는 판타지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뭐, 디테일에 구멍이 많긴 한데 그냥 넘어가는 거죠.

애니는 캐릭터 원안을 상당히 기괴한 얼굴로 만들어 놨다고 해서 까이는 편입니다. 그 외에는 무난하게 괜찮은 평가입니다. 3개월 짜리 1쿨 기간에 맞춰서 내용 전개도 잘 짜 넣었고 작화도 괜찮은 편입니다. 조만간 2기 나올 때도 반응이 괜찮을 듯 합니다.


5. 약사의 혼잣말

소설은 완결 됐습니다. 6권 완결에 번외편이 1권 분량 정도 더 있습니다. 중국 왕조에서 설정을 가져온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화가 요즘 연재되고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만화 작가의 실력이 좋아서 그림체와 전개가 상당히 좋습니다. 소설은 약간 잡다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걸 제대로 전정 하면서 차분하게 옮겨 놓은 듯 합니다. 소설 보다는 만화의 느낌이 좀 더 좋습니다.

장르 테마는 무려 추리물. 그러나 애거사 같은 본격 추리물은 아니고 일상 추리물로 여주인공이 갈등을 해결해 가는 구조입니다. 그 과정에서 남주와 썸씽을 일으킨다는 이 무슨 한드 전개 같은 소설인지. 추리하면서 연애하는 작품입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설정 상으로는 로맨스 소설의 요소도 있지만,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은 초반부에 대충 엘리트 여성의 느낌이 나는 몇 가지 에피소드 나열 후에 바로 전력으로 왕자님과의 연애 전개에 올인 하는 반면, 이 소설은 주인공 혼자서 독단으로 처리하지 않고 추리만 한 다음, 그에 대한 뒷처리는 권력자인 남주에게 맡긴다는 구성이라서 연애 요소는 소설 특유의 전개를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추리물이란 틀에 너무 매여 있다 보니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소설 중반부에는 무리한 설정을 도입하게 되는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수작이기에 볼만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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